2010년도 석유산업 정책방향

성시헌 |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장  

1. 2010년 석유산업을 둘러싼 환경

2008년 사상 최고가(Dubai유 배럴당 140.70불, 7월 4일) 기록했던 국제유가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부터 촉발된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2008년말에는 배럴당 36불까지 하락하였다. 그러나, 2009년 들어 첫날 배럴당 42불로 시작된 국제유가는 전 세계적인 경기부양 공조 노력에 힘입어 세계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징후가 하나둘씩 나타나면서 동반 상승하여 연초대비 80.6%나 올라 77.44불로 2009년을 마무리하였다.

2010년에도 국제유가는 작년에 비해 다소 올라서 우리 국가경제에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가 유가전망 전문기관과 함께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0년 연평균 국제유가는 세계적인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20~30% 상승한 배럴당 75~80불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의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 중국의 긴축정책 선회 가능성 등으로 세계 경기회복이 불투명해 지면서 유가가 70불대 초반에 머물러 있으나, 향후 세계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석유수요가 증가하고, 달러화 약세와 투기자금의 원유시장 유입 등이 보다 확대될 경우 배럴당 80불을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주요 기관별 2010년 국제유가 전망 >

(단위: $/배럴, 두바이유 기준) 

기관명

유가전망

기관명

유가전망

세계에너지센터

72.20

미 석유산업연구소

83.80

미 에너지정보청

78.13

Citi Group

83.80

국내 에너지환경을 살펴보면, 오래 전부터 계속된 석유의존도 완화라는 석유정책의 큰 축은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올해 에너지 환경은 석유산업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2008년 8․15 경축사에서 제시된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국정 패러다임에 맞게 점진적으로 화석연료의 비중을 낮추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여전히 국민들은 정유사들이 과점체제를 통해 석유제품의 가격을 높게 유지하면서 과도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최소한 2030년까지는 석유가 전세계 1차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석유자원의 안정적 공급은 우리 경제가 침체기를 벗어나 성장국면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문제임은 분명하다. 아울러, 국민경제 관점에서 물가 및 서민생활 안정, 국민의 불신해소 등을 위해 석유가격 및 석유유통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경쟁촉진을 통한 가격안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2. 2010년 석유산업 정책방향

1) 석유의 안정적 공급

우리나라는 한 해 소비하는 에너지의 약 97%를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전형적인 에너지 대외 의존형 경제이며, 석유 의존도는 2008년 기준으로 42%로서 매우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은 석유정책에서 우선 순위를 따지자면 단연 1위이다. 정부는 안정적 석유공급을 위해 우선 범국가적인 해외자원개발역량을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석유․가스의 자주개발률을 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인 10%로 올린다는 목표 하에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 투자활성화를 위해 민간기업에 대한 해외자원개발 융자지원 비율을 73%에서 85%까지 확대하고, 수출보험공사 등 국책기관을 통한 금융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석유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의 대형화와 함께 대형 프로젝트 확보시 공기업과 다양한 분야의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통해 효율적 역할분담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석유공급 위기에 사전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80년부터 비상시 사용할 원유 또는 석유제품을 비축시설에 저장해 왔다. 석유비축은 지난해 수정된 제3차 석유비축계획에 따라 2011년까지 비축시설 146백만 배럴 건설, 2013년까지 비축유 141백만 배럴 확보라는 목표 아래 2010년 4월 6.5백만 배럴 규모의 울산비축기지를 준공할 예정이며, 3.7백만 배럴의 비축원유를 추가 확보하여 2013년 목표대비 88%를 달성할 계획이다. 비축유의 추가확보 외에도 석유제품별 수요변화를 반영하여 수요가 감소하는 등유 등의 비중은 축소하고 휘발유 및 경유의 비중은 확대하는 방향으로 유종변경을 추진해 나가며, 비축유를 활용하여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도 별도로 강구중이다.

정부비축과는 별개로 동북아 석유수요 증가에 맞춰 상업용 석유저장시설을 구축․운영하여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동북아 오일물류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오일허브 구축사업도 본격 추진된다. 우선 석유공사 여수 비축기지 중 유휴 부지를 활용하여 2011년까지 600만 배럴 규모 이상의 상업적 석유 저장시설 건설공사를 올해 5월에 착공하고, 사업타당성이 확인된 울산지역에 대해서는 금년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민간투자적격성 조사를 실시하여 재정투입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또한,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중동 등 산유국 및 에너지 국제기구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국제간 협력도 확대된다. 산유국 유력인사 초청, 엔지니어 기술연수 및 컨퍼런스 등 다양한 협력사업이 추진되고, 쿠웨이트, 오만, UAE 등 주요 산유국과의 에너지협력위원회도 개최하여 산유국과의 협력체제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UAE 원자력 발전소 수주 성공을 계기로 고위급 협력 필요성, 프로젝트 확보 가능성 등을 고려한 중점 에너지자원 협력 대상국을 선정하여 정상급 외교 등을 강력하게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2) 석유제품가격 투명화

올해 국제유가가 상승하게 되면 국제가격에 연동되어 책정되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불 상승할 경우 휘발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리터당 72원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서민생활 및 물가 안정을 위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막고 석유가격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석유가격 정보의 투명화를 위해 정부는 2008년 4월부터 주유소 종합정보시스템(Opinet)을 오픈하여 올해 1월말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의 99.5% 수준인 12,720개 주유소와 차량용 LPG 충전소에서 판매하는 유류의 소비자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오피넷 유가정보를 그 동안 내비게이션, 핸드폰 문자서비스 등으로 확대하여 소비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유가정보를 제공해 왔는데, 최근 애플 아이폰 등 스마트폰 보급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향후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소비자가 쉽게 유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 석유시장에는 정유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의혹이 여전히 높은 바, 정유업계와 소비자들간의 불신의 벽을 낮추기 위해 소비자시민모임 주도로 출범한 석유시장감시단 활동이 ㄱ,금년부터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석유시장감시단에서는 주간 및 월간 단위로 국내 유류가격에 대한 가격동향을 분석하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며, 이와 함께 국내 가격결정 구조 등 국민들이 아직 잘 모르고 있는 석유시장 현안 이슈에 대한 심층 분석도 병행할 예정이다.

3) 석유유통구조 개선 및 석유품질관리

석유유통 시장 구조개선의 핵심은 새로운 참여자의 시장진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일환으로 정부는 작년 9월 10일 남대문시장에서 농협 주유소(NH-OIL) 유류구매사업 확대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동 방안은 농협의 유류구매 사업을 강화하여, 대형 대리점으로서 단위농협 뿐만 아니라 자영주유소까지 유류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현재는 농협 주관으로 농협 유류사업 확대를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관계부처 공동 T/F에서 농협오일 공동구매 강화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LPG를 포함한 석유수출입업 등록요건을 기존에 저장시설을 독점적으로 사용해야 했던 요건을 완화하여 복수의 업체간 공동사용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입규제가 낮추어 진다. 실제로 석유수출입업 저장시설 요건 축소에 힙입어 삼성토탈(주)에서 올해 LPG 수입업에 새로이 진출키로 결정했는데, 향후 LPG 시장에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유통시장에 대한 경쟁도 더욱 확대된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평거래 부분허용, 상표표시제도 개선, 가격공개 확대 등의 제도 개선이 이루진 데 이어 금년에는 석유사업자간 수평거래 및 이동판매 개선 등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석유제품 거래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석유제품 거래소 설립 등도 관계부처와 함께 본격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불법유통에 대한 단속도 강화된다. 석유관리원을 통해 품질검사 및 유통검사 물량을 5.3%, 99%로 각각 확대하고, 첨단 검사장비를 통해 과학적 품질검사를 실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구축된 유통관리분석시스템을 활용하여 이상 징후 업체 파악 및 유관기관과의 합동점검도 실시할 계획이다.

4) 바이오연료 보급 및 부과금 제도 개선

바이오연료의 보급활성화 정책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금년부터는 경유에 혼합하는 바이오디젤의 비율이 1.5%에서 2%로 확대된다. 바이오디젤은 2006년 7월 상용화에 착수한 이래 매년 보급비율을 상향해 오고 있으며, 특히 금년에는 2007년 9월 수립된 바이오디젤 중장기 보급계획을 국내외 여건변화를 감안해 새롭게 수정할 계획이다. 동 계획에는 바이오디젤의 중장기 보급계획과 제도개선, 기술개발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또한 수송용연료에 바이오연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RFS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도 마무될 전망이다.

아울러, 복잡한 환급방식으로 정부와 정유업계의 행정력 낭비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석유수입부과금 제도도 이해하기 쉽고 단순한 절차를 거쳐 징수․환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경부, 유관기관 및 관련업체들을 중심으로 부과금제도 개선 T/F가 구성되어 구체적인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중이다.

3. 맺음말

2010년은 고유가라는 해묵은 주제 외에도 석유시장의 향후 판도를 바꿀 만한 여러가지 변화의 시발점으로도 기록될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판,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등 기존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연말에 국회를 통과하였고, 특히, 정부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배출량을 BAU 대비 30% 감축하겠다는 야심찬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에 따라, 금년부터는 탄소세, 탄소배출권 거래제, 온실가스 감축 관련 산업별 감축량 할당 등 기후변화 내지는 온실가스 감축이 올해 우리나라 산업계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 산업분야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 확실시 되며, 석유산업도 여기에 예외는 아니다. 정유업계도 금년부터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녹색 성장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살리기 위해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자유화 및 개방화된 석유시장에서 석유의 안정적 공급, 석유제품 가격 안정, 석유유통 구조개선 등은 앞으로도 계속 추진함으로써 국가 이익 뿐만 아니라 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해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 등 향후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업계와 공동보조를 취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