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석유시장 환경과 2010년 전망

이문배 |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국제석유시장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과거 어느 때 보다도 복잡하게 뒤엉켜 시장을 진단하고 예측하기가 더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신용위기 극복과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방향과 속도, 미국 등 선진국들의 2자리 수에 가까운 높은 실업률의 영향, 달러화 가치의 향방, G20 국가들의 출구전략 시행 시기 논란 그리고 가장 최근에 파장을 몰고 왔던 두바이 사태와 같은 추가적 경제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 등 모두 국제석유시장에 결코 만만치 않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다.

1. 2009년 국제원유시장 동향

2009년 한 해 동안의 국제석유시장을 돌이켜보면,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계 석유수요가 3년 전 수준으로 격감했던 1/4분기에 WTI 가격은 배럴당 $30대 수준까지 폭락하였었다. 그러나 유가는 3월을 저점으로 꾸준히 상승하여 상반기에 실물수요의 증가가 없는 가운데서도 배럴당 $70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이후에는 상반기 석유수요 부진이 확인되어 한 때 약세로 돌아서기도 하였으나 세계경기 회복의 신호와 완만하지만 증가세를 보이는 석유수요영향으로 10월 이후부터 $70~$80 수준의 보합세에 머물고 있다. 2009년 국제유가의 특징적 요인은 실물부문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주식시황의 강세와 달러화 약세, 투자자들의 원유상품에 대한 포트폴리오 확대 등 주로 금융요인으로 연초대비 2배 가까운 유가상승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09년 선물유가와 다우지수

image

먼저 주식시세와 유가를 보면, 3월부터 G20 국가들의 경기회복을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이 시작되면서 대폭락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던 세계 주요국 주식시장이 풍부해진 유동성을 배경으로 상승세로 돌아서 호황장세를 기록하였다. 대표적으로 뉴욕주식시장 다우지수는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동안 30% 넘는 지수상승을 기록하며 지수 9000에 다가섰다. 같은 기간 동안 국제유가도 주식시장과 거의 같은 추세상승으로 다우지수와 WTI 현물가격의 높은 연동성을 보였는데, 주식시세의 상승이 기업들의 설비가동률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이렇게 되면 석유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영향 때문에 7월까지 미국 Nymex 원유가격은 미국 다우지수 상승세와 흐름을 같이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8월 이후에는 석유 실물수요 부진을 반영하여 연관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달러화 약세의 영향은 올해 유가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달러화의 대유로 환율은 3월 약 0.8을 고점으로 약세로 이어졌고 9월 이후에는 약 0.7 미만으로까지 떨어졌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약세는 달러화에 연계된 원유 실질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원유는 최근 수년간 수익성 있는 투자가치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유가와 달러화는 역의 상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림] ‘09년 선물유가와 달러환률

image

즉 달러화 하락은 유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 연구원의 국제유가 변동요인별 비중에 대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달러환율의 비중이 56%로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 유가변동의 금융요인 영향이 올해 유가변동에 주된 요인이었던 반면, 세계 석유수요는 2008년 1분기 최대 수요를 기록한 이후 금년 상반기까지 감소세로 이어졌다.

물론 고유가와 경기 불황의 여파로 석유소비 규모는 3년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3분기부터 약하지만 상승세로 전환되었으며 점차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섬에 따라서 2010년부터 수요 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국 등 아시아개도국의 석유수요는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어서 향후 이들 국가의 수요변화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 2010년 시장 전망

2010년 국제석유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대체로 6가지를 들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석유수요를 결정할 세계경제 회복의 속도와 성장의 폭이다. IMF는 지난 10월에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10년 세계 GDP 성장률을 3.6%로 전망하여 기존 전망치 2.5%를 상향 조정하였다.

[그림] 분기별 석유수요 추이

image

특히 중국, 인도, 중동 등 신흥개도국에서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들 지역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석유수요 반응이 국제유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석유수요는 이미 경유를 제외하고 대부분 예년수준으로 회복되었다는 최근 석유시장 정보도 그래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중국이 다시 원유의 블랙홀로 재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으로 달러화 가치의 변동이다. 최근 국제유가 변동에 대한 금융요인의 영향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달러화 가치의 추가적인 하락은 유가 상승을 예상보다 큰 폭으로 키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시장의 유가 상관성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OPEC의 원유증산 요인이다. OPEC의 420만 b/d 감산합의는 이미 60% 수준으로 느슨해져 있다. OPEC은 현재의 유가수준에 크게 만족하고 있으며 석유수요 증가로 수급이 타이트해지면 추가증산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오히려 타이트한 수급으로 인한 과도한 유가상승은 OPEC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급요인이 아닌 투기적 요인에 의한 유가상승은 OPEC의 증산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2008년에 충분한 학습효과를 거쳤기 때문이다. OPEC이 기대하는 유가수준은 배럴당 $80~$90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은 미국정부의 파생상품 규제정책이다. 부시 정부에서 지지부진하던 파생상품 규제는 오바마 정부에 들어와서 바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석유수급과 가격의 괘리를 비정상적으로 확대시키는 불법적 투기 근절을 목적으로하고 있다.

더구나 석유시장의 가격 투명성 요구가 이미 G20 회의의 의제로 채택됨에 따라서 세계적 관심을 끌고있다. 투기거래에 대한 규제조치의 진전은 최종단계까지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지만 진전 그 자체만으로도 유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석유시장의 지정학적 요인이다. 아직도 혼미한 아프카니스탄 사태와 이란의 핵개발 관련 사항은 석유시장의 지정학적 요인으로 잠재되어 있다. 신종플루로 인한 여행감소 등은 소비부문에 연향을 미칠 전망이며, 글로벌 경제의 회복단계에서 있을지도 모르는 더블딥의 우려와 출구전략 시행으로 인한 경기영향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항들이다.

‘10년 세계석유시장에 대한 제반 요인을 고려한 두바이 원유가격은 연평균 $74.5/b로 ’09년 연평균 추정치($61.2/b)대비 약 21%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 $70대 초중반 수준에서 강보합을 보이고,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영향으로 추가 상승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 시나리오에서는 $85.6/b, 저유가 시나리오에서는 $65.3/b로 가격전망 범위를 갖을 전망이다. 한편 예상보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단기적으로 석유수급 상황이 타이트해지고 투기거래 요인이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는 최고 $100/b 수준이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2010년 분기별 국제유가 전망(두바이유 기준)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