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 하락 전망과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

윤원철 |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국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은 2003년 후반기부터 2008년 전반기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작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세계 금융위기가 시작된 작년 7월을 정점으로 이들 가격은 급락하였다. 금년 3월에서 5월을 저점으로 다시 점진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금값이 사상 유례 없는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달러화 약세와 인플레이션 기대에 따른 투기 심리가 원자재 시장에서 나타내고 있다. 국제유가는 3월 이후 상승세로 전환하여 최근에는 배럴당 $70~$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유가와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세계 석유수요는 2008년 1분기를 정점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 수요는 금년 1분기 이후 상승세로 전환되었고, 세계 수요도 3분기부터 소폭 상승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석유시장의 수요 변동 상황은 신흥 개발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회복이 시작되었다는 조심스런 관측을 가능하게 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석유수요 감소와 완만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금년 하반기 국제 유가 상승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내년 유가 전망과 관련하여 주요 변수로는 크게 시장수급과 금융 관련 변수로 구분할 수 있다. 시장수급 측면에서는 유가 상승요인으로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를 들 수 있다. 반면 하락요인으로 석유개발기구(OPEC)의 저조한 감산이행율, 미국과 중국의 전략비축 중단에 따른 수요 감소, 그리고 대체에너지 개발 성과의 가시화 등을 들 수 있다. 금융 측면에서는 유가 상승요인으로 달러화 약세와 인플레이션 기대감에 따른 투기수요 발생, 하락요인으로 선진국의 상품거래에 대한 투기규제 움직임의 가시화와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경기회복 둔화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이렇듯 내년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이들 가운데서 세계 경기회복과 달러화 가치 변동 여부에 따라 내년 유가의 향방이 결정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시 말해, 주요 선국국들을 중심으로 출구전략이 적극적으로 진행되면서 글로벌 경기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 석유에 대한 수요 증가와 이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상품시장으로의 투기자금 유입이 증가하면서 석유가격 또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DXY 지수 기준) 달러화 가치가 사상 최저를 기록했던 작년 7월에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배럴당 $14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미국과 선진 주요국 경제의 더블딥 발생과 선진 주요국의 출구전략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할 경우 세계 경기회복이 둔화될 수 있고, 석유수요 또한 정체 내지 감소하면서 유가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세계 경기회복과 관련해선 현재로서는 경기회복이 본격화되었다는 기대감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 주요국들의 더블딥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달러화 약세의 지속 가능성 또한 유동적이다. 최근 달러화 약세의 주된 이유는 작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확장 정책과 연방준비위원회의 통화팽창 정책에 따라 달러화가 과잉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중국 위엔화 절상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달러화의 약세 가능성은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한다면 원유거래의 통화를 변경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 가시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향후 미국의 대응전략과 2010년 하반기로 예상되는 주요국들의 출구정책에 따라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참고로 국제 금융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2008년 말과 2009년 초에는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면서 달러화 강세 상황이 나타내기도 하였다.

금년 3월 이후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의 단기적 변동은 시장의 실제 수급 상황보다는 달러화 약세에 의한 투기수요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국내외 주요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금년 들어 석유를 비롯한 주요 상품시장으로 자금유입량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즉, 달러화 약세에 대응한 위험관리 목적의 투자자금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헤지펀드의 재유입이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WTI 선물계약의 순매수는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금년 초반 이후 꾸준히 순매수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달러화 약세의 지속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최근 미국 정부의 상품시장에서 투기거래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구체화될 경우 유가를 배럴당 $10∼$20 정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상품선물시장에서의 투기거래를 규제하는 법 제정이 추진되었으나, 2008년 하반기에 법제화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하지만 현재 오바마 정부에서 에너지 파생상품 규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법제화 향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 에너지 전문기관에 따르면, 내년 세계 원유 수요는 85백만 b/d 내외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예측자료에 따르면, 2010년 유가는 상반기에 배럴당 $70대 중반 수준으로 강보합세를 유지하다 하반기 경기회복에 따라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만약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세로 수급상황이 어려워지면 유가는 배럴당 $100 수준으로 근접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과 같은 가격급등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유가 예측은 단지 예측일 뿐 그 누구도 내년 유가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전에 비해 유가의 변동성은 커졌고 이로 인해 유가 예측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내년도 유가의 향방은 세계 경기회복과 달러화 약세의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들 변수는 유가 자체를 예측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 세계 석유시장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가 급등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즉, 적절한 위험관리 전략을 사전에 수립함으로써 가격변동의 위험으로부터 기업과 국가 경제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최근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 요청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과 넘쳐나는 오일머니 덕분으로 중동의 신화를 기대했던 두바이의 몰락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사건이다. 결국 세계 경제의 회복과 달러화 가치의 변동, 그리고 이에 따른 유가의 급등락은 아무도 모르는 방향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