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산업의 세계 4강 진입을 위한 클린디젤차 보급 확산 방안

이항구 |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

세계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그린 카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린 카는 CO₂와 유해 물질의 배출이 적고 연비 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말한다. 즉,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자동차가 그린 카다. 최근 자동차 강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 신흥개도국의 자동차업체들도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그린 카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세계 4대 자동차 대국인 중국, 미국, 일본과 EU 정부는 그린 카 개발 뿐 아니라 보급 확산에도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 클린디젤과 하이브리드자동차간 그린 카 시장 지배를 위한 경쟁 가속화

현재 자동차업체가 개발 중인 그린 카로는 하이브리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클린디젤, 전기, 유연연료, 연료전지 자동차를 들 수 있다. 이들 그린 카는 휘발유, 경유, LPG, CNG, 전기, 바이오 연료, 수소 등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세계 그린 카 시장은 클린디젤과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지배하고 있다. 아직까지 여타 그린 카의 양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디젤자동차 시장과 기술개발은 독일 자동차업계가 주도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자동차 시장과 기술은 일본 자동차업계가 장악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 자동차업계는 산학연관 공동으로 디젤,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업계는 유로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디젤자동차를 양산하고 있으며, LPi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시판하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는 클린디젤,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자동차 부문에서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세계 그린 카 4강에 진입한다는 비전을 수립하고 세부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는 그린 카 개발과 보급 확산을 독려하기 위해 지원을 확대하면서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당근과 채찍의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단기적으로 기존 모델의 CO₂ 저감과 연비 향상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하이브리드와 클린디젤 자동차의 성능 향상과 가격 인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중기적으로 융복합 협업 생태계를 조성하여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와 전기 자동차의 개발 및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연료전지자동차의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급측면에서 자동차업체의 그린 카 개발과 상용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면 수요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그린 카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연비가 좋은 디젤자동차의 수요가 증가하여 지난해 서유럽 승용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디젤차가 차지했다. 그 동안 디젤차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던 미국 소비자들도 디젤자동차의 친환경성을 올바로 인식하면서 구매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젤자동차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도 디젤자동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다. 국산 디젤자동차의 유럽시장 판매가 증가하고 있고, 국내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경유의 품질도 세계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으나, 디젤자동차에 대한 인식은 세계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체의 디젤 기술역량이 일취월장하고 있고, 정부가 클린디젤자동차 개발과 상용화를 촉진하고 있으나 일부 이해당사자의 인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에서 과거의 문제가 되어 버린 디젤자동차의 소음, 진동, 연비, 유해물질 배출 문제 등이 아직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자타가 공인하는 클린디젤자동차가 그린 카란 인식도 낮은 실정이다. 디젤자동차가 가솔린자동차에 비해 CO₂ 배출이 30% 정도 적고, 연비효율이 20~30% 이상 높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클린디젤자동차가 휘발유 하이브리드자동차에 비해 연비나 성능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국내 소비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 수요기반 연구개발 및 보급 확산 정책의 수립 운용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은 그린 카 중 클린디젤자동차가 구매비용이나 운전의 편의성 면에서 하이브리드자동차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고, 상용화 초기인 디젤 하이브리드자동차가 환경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연구결과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클린디젤자동차는 이미 유럽의 환경규제 기준인 유로Ⅴ와 미국 연방정부의 환경규제인 TierⅡ BinⅤ를 충족시킬 정도로 청정도가 높다. 이러한 클린 디젤자동차의 판매는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세계 최대의 자동차부품업체인 보쉬는 2014년 클린디젤자동차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컨설팅업체인 J.D. Power는 미국시장에서의 디젤자동차 점유율이 2007년의 3.2%에서 2017년 에는 1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IT대학은 2035년 디젤자동차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35%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앞으로 20~25년은 클린디젤자동차가 세계 자동차수요를 견인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디젤자동차의 수요가 증가하자 일본 정부는 2004년에 디젤자동차의 보급 확산을 위해 ‘디젤시프트’란 정책을 수립하였으며, 2007년에는 차세대 자동차․연료․인프라 혁신 5대 전략에 클린디젤자동차를 포함시켰다. 또한 일본정부는 2009년부터 배기가스 저감 장치의 장착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디젤자동차의 보급 확산을 위해 가솔린자동차와의 가격 차이의 절반을 보조해 주고 있다. 미국 정부도 클린디젤자동차를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와 함께 친환경차로 분류해 소비자들의 세부담을 완화해 주고 있다. 유럽에 이어 일본과 미국이 클린디젤을 포함한 디젤자동차의 수요 확대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향후 디젤자동차부문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세계시장을 지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종합산업적인 특성상 연관 산업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환경, 에너지, 안전 등h가 관련한 사회적인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글로벌산업인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표준에 부응하거나 표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많은 기술이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상용화 단계에서 사장되고 있는 이유는 수요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의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자동차업체의 기술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어떠한 기술이 그린 카 시장을 지배할지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클린디젤자동차를 그린 카 3대 모델로 선정한 이상 클린디젤자동차의 기술개발과 수요촉진을 위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최근 전경련의 설문 조사에서도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그린 카 기술 중 클린디젤기술이 가장 우수하며, 향후 10년간 그린 카 수요는 클린디젤과 하이브리드자동차가 주도할 것으로 내다 보았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 기술력을 고려해서 연구개발 예산을을 배정해야 한다. 또한 한-EU 자유무역협정 발효를 계기로 국산 클린디젤자동차의 수출을 증대하고 유럽산 클린디젤자동차의 수입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국산 클린디젤자동차의 구매를 촉진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클린디젤자동차의 경쟁상대는 하이브리드가 아닌 전기자동차다 그러나 전기자동차의 양산은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따라서 당분간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수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자동차는 디젤차, 특히 클린 디젤차임에는 틀림이 없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그린 카 4강에 진입하고, EU 등 거대시장 점유율을 확대하여 명실 공히 세계 자동차 4강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클린디젤과 디젤하이브리드자동차의 개발과 보급 확산에 이해당사자 모두가 힘을 합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