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정제설비 증설과 수출에 미치는 영향 

심기은 | 에너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은정 |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서 석유제품의 소비시장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은 ‘08년 0.7%에서 ’09년 0.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2009년∼2012년 기간 동안 세계 정유설비 증설량은 약 7.0백bpd가 예상되지만, 수요 증가량은 약 4.9백만bpd에 그쳐 당분간 세계 정유 시장은 공급 과잉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과잉기에 접어들었으며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전망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및 인도의 정제시설 증가율은 올해 각각 14.4%, 24.2%에 이르러 일일 정제량이 909만 배럴, 371만 배럴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금년 상반기 중 인도의 Reliance(58만bpd), 중국의 푸지엔(福建, 14.8만bpd)과 CNOOC 후이저우(惠州, 24만bpd), 베트남의 PetroVietnam(14.8만bpd) 등이 정유 플랜트 공사를 마치고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고 있거나 곧 생산에 돌입하게 된다.

이들 정유시설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이 인도를 제외하면 주로 자국 내 수요 충당에 우선 활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들 국가로의 우리나라 석유제품의 수출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인도의 신규 정유시설은 수출을 주목적으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이 또한 우리 정유 업계와 아시아 및 세계 정유시장에서 인도 업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아시아 지역 내 다른 국가들도 정제시설의 확충을 계획하고 있어, 석유제품 수출의 아시아 비중이 80%가 넘는 우리나라로서는 최근 아시아 지역 정제시설 확충이 정유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고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정제시설 확충 현황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고, 이러한 확충이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시아 지역 정유설비 증설 현황

2009년 상반기 대표적인 아시아 지역 내 정제시설의 확충은 모두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인도의 Reliance(일일 정제량 58만bpd), 중국의 푸지엔(福建, 14.8만bpd)과 CNOOC 후이저우(惠州, 24만 bpd), 베트남의 PetroVietnam(14.8만bpd)이다. 대략적으로,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이번 신규 설비에서 생산된 석유제품이 국내 소비용으로 이용될 것이고, 이에 반해 인도의 경우는 수출에 목적을 둔 설비 증설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밖에도 아시아 각국들은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은 정제시설 확충 계획을 가지고 있다.

<표 1> 아시아 주요국 정유설비 증설 계획

(단위: 천bpd)

국가

시기

프로젝트

중국

2008

Additional 204kb/d CDU, 177kb/d cracking, 325kb/d of treating

2010

Additional 1,392kb/d CDU, 574kb/d cracking, 550kb/d treating

2012

Additional 1,050kb/d CDU

2015

Additional 540kb/d CDU

인도

2008

Additional 580kb/d CDU, 390kb/d cracking, 390kb/d treating

2010

Additional 434kb/d CDU, 301kb/d cracking, 166kb/d treating

2012

Additional 436kb/d CDU, 284kb/d cracking, 170kb/d treating

2015

Additional 180kb/d CDU, 130kb/d cracking, 80kb/d treating

인도네시아

2010

Additional 62kb/d cracking

일본

2010

Additional 50kb/d CDU/condensate splitting, 28kb/d cracking, 41kb/d treating

2012

Additional 23kb/d cracking

몽골

2009

First refinery(40kb/d)

파키스탄

2012

New grassroots IPIC/PARCO refinery(250kb/d)

한국

2010

Additional 55kb/d cracking, 70kb/d treating

2012

Additional 50kb/d condensate splitting, 132kb/d cracking

타이완

2008

Additional 100kb/d treating

2010

Additional 98kb/d cracking, 25kb/d reforming

2015

Additional 280kb/d CDU

태국

2008

Additional 69kb/d condensate splitting

2010

Additional 25kb/d cracking

2012

Additional 50kb/d CDU

베트남

2010

Dung Quat: 121kb/d CDU, 61kb/d cracking, 29kb/d treating

자료: NH투자증권 Industry Analysis, 2008년 11월 26일.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이 중 중국, 인도의 정제시설 확충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 중국은 우리나라 석유제품 제1의 수출국이다. 따라서 동 국가의 내수를 위한 정제시설의 확충은 곧바로 우리나라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인도의 경우에는 중국과 달리 이번 정제시설의 확충으로 인해 인도 국내 수요량을 크게 웃도는 공급시설을 갖추게 됨으로써 석유제품 수출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동 시설의 계획 단계부터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석유제품 수출 부문에서 인도는 우리나라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먼저 우리나라 석유제품 제1의 수출국인 중국의 정제시설 확충 계획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기한 중국의 푸지엔(福建, 14.8만 배럴)과 CNOOC 후이저우(惠州, 24만 배럴)의 정제시설 확충만으로도 현재 우리나라 정유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 단 2개 프로젝트의 정제규모가 2008년 기준 중국 전체 규모의 6.3%에 이르고 있다. 이에 더해 2009∼2010년 기간 동안 중국이 신규 가동하는 프로젝트는 CNPC 친저우(欽州), Sinopec 우한(武漢), Sinopec 창링(長嶺), Sinopec 톈진(天津), CNPC 푸순(撫順), CNPC 두산즈(獨山子)등이 있다.

상기한 신규 프로젝트의 총 증설규모는 약 5,000만 톤에 이른다. 이들 프로젝트는 대부분 2005년 전후에 중국 내 석유제품 공급이 부족할 때 승인된 것들이어서, 올림픽 이후 석유제품 공급이 과잉 상태에 접어든 현재 시점까지도 동 시설 확충 계획들은 유효하며, 향후 경기가 좋아질 시기를 대비하여 예정대로 건설이 진행될 전망이다.

중국 CNPC 규획총원(規劃總院) 관계자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석유제품 공급이 과잉 상태에 접어든 이후 이러한 기조가 향후 10년 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왜냐하면 동 기간 동안 중국의 석유제품 연평균 소비량이 3%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그 동안 신규 정제량은 소비증가율 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10년 후 3억 톤에 달할 것이며, 총 정제량은 6억 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2008년 기준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약 3.7억 톤이며 정제 설비량은 약 3.8억 톤에 이르고 있다.

이번에 신규 건설된 인도 Reliance의 일일정제량 58만 배럴의 정제시설 규모는 2008년 기준 인도 전체 정제 능력의 거의 20%에 육박하는 대규모 확충이다. 또한 추가적으로 2010년과 2012년에 43.4만 배럴, 43.6만 배럴 규모의 정제시설 확충 계획이 예정되어 있다. 인도에서 2015년까지 연평균 약23만 bpd 규모로 가동되는 신규 설비의 규모는 연 수요 증가예상량 10∼15만 bpd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제시설의 특징은 고도화 비율이 높고 수출 목적형이라는 점에 있다. 동 시설 확충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인도 석유제품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내 수출 시장에서도 우리나라 정유업체는 인도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지역의 정제시설 확충이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수출에 미치는 영향

2008년에 우리나라의 석유제품은 총 43개국으로 수출이 되었을 만큼 수출국이 다변화 되었다. 이들 국가 중 거의 절반에 해당되는 수출국들(21개국)이 비아시아 국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기준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총수출의 아시아 지역 비중은 82.67%(금액 기준)에 달한다. 이만큼 우리나라 석유제품 수출은 아시아 지역에 편중되어 있다.

특히 금년 상반기 중 정유 플랜트 공사를 마치고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으로의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수출 비중(금액 기준)은 2008년 기준 각각 18.62%, 1.69%, 3.85%였다. 이들 3개국 중 정제시설의 확충으로 인해 우리나라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역시 중국과 인도이다.

먼저 <그림 1>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올 해 2사분기의 대중국 수출 실적이 금액 기준으로 작년 동기대비 67.7%하락(물량 기준 35.0% 하락)하였다. 이는 아시아 및 기타 지역 수출의 하락폭인 56.8%, 31.7%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 경기 위축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여기에 중국 신규 정제시설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본격적으로 중국 내에 공급되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중 수출에 있어 정제 마진이 비교적 안정적인 경유나 휘발유의 대중 수출 비중이 크지 않은 대중 수출구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물량까지 줄어든다면 우리나라의 정유업계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인도의 정제시설 확충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대인도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하였듯이 우리나라의 대인도 석유수출 비중(1.69%)이 미미한 편이고 이번 신규 증설 이전에도 이미 인도는 2008년 기준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림 1>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09년 2사분기 물량 기준으로 대인도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오히려 늘어났다. 물론 수출 금액의 감소는 유가 하락에 기인하고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관건은 최근 증설되었고 앞으로 증설될 시설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아시아 지역으로 공급될 경우에 우리나라 정유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인도의 신규 생산시설은 고도화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무기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 시장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수출국의 다변화와 설비의 고도화 전략을 양립하여야 할 것이다. 

<그림 1> 2008년 2사분기 대비 2009년 2사분기 우리나라 석유제품 수출 증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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