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그린카 시장의 전망과 대응
성낙환 | LG경제연구원 연구원
‘친환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어 그린카가 자동차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자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클린디젤 자동차의 모델을 늘리고 있고, 과거의 부실을 떨쳐버리고‘굿 GM’으로 재탄생하려는 GM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 궁극적으로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자동차,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등의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린카 열풍에는 각국 정부도 동참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미국은 2016년부터 평균연비를 16.6km/ℓ, EU는 2012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허용 기준을 130g/km 수준으로 강화하는 등 친환경 차량에 대한 규제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또한 친환경 차량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기업에게 그린카 R&D 자금을 융자하는 등의 직간접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에 그린카 열풍이 일고 있지만, 시장 크기가 작고 각종 친환경 기술 개발의 성공여부 및 유가와 같은 불확실한 요소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린카의 대명사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최근 빠르게 성장하여 2010년 판매량이 2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5%도 되지 않는다. 또한 경제위기에 따른 급격한 유가변동은 소비자들의 친환경 차량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각 그린카의 특성과 산업 환경을 고려하여, 중장기적으로 그린카 시장을 준비해야 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그린카를 정의한다면 친환경의 고효율 자동차로 표현할 수 있다. 배기가스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으며 연비를 높일 수 있는 자동차를 모두 포함한다. 크게 기존의 내연기관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린디젤, CNG, 바이오연료 자동차와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필요로 하는 전기자동차,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각 자동차의 원리 및 특징은 그린카 종류별로 다르다(표 참조).
| 원리 | 구매비용 | 운영비용 | 이산화탄소 | 인프라 구축 | 운전편이 +가속력) | 시장성숙 |
하이브리드 |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같이 이용하여 연비를 높인 자동차 | - - | + | + | O | - | 지금 가능 |
클린디젤 | 가솔린 차량보다 효율이 높은 디젤 차량에서 배출가스를 현저하게 줄인 자동차 | O | + | + | O | O | 지금 가능 |
CNG | Compressed Natural Gas, 압축 천연가스로 움직이는 자동차 | - | + | + | - | - | 지금 가능 |
바이오연료 (1세대) |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 디젤로 움직이는 자동차 | O | + | + | - | O | 지금 가능 |
플러그인 |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같이 이용하지만, 내연기관을 전기 생산에만 사용하는 자동차 | - - | + | + | - | - | 2010 ~ 2011년부터 |
전기자동차 | 순수하게 배터리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자동차 | - - - | + + + | + + + | - - | - - | 2010 ~ 2011년부터 |
수소 연료전지 (신재생에너지) |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는 연료전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로 자동차 | - - - | - - | + + + | - - - | O | 2020년 이전 불가능 |
주: (+) 현재보다 좋음, (-) 현재보다 나쁨, (0) 현재와 차이 없음
이처럼 그린카의 종류도 다양하고 그 특성도 차별화되어 있지만, 장기적 그린카 발전 방향의 큰 틀에 대한 의견은 일치하고 있다. 우선 현재 상용화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클린디젤 자동차 등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발전한 다음, 궁극적으로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ZEV(zero-emission vehicle) 차량인 전기자동차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로 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자동차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가격과 기술적 한계로 2020년 이후에나 대중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중간의 가교 역할이 될 그린카 기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대상으로는 하이브리드와 클린디젤을 들 수 있다. CNG와 1세대 바이오연료의 경우 원료 수급과 인프라 등의 제약으로 시장 확대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로도 이들 두 그린카는 현재 각국이 근 미래에 실행할 예정인 자동차 환경 규제를 충족시킬 수 있다. 국내 공인 연비를 보면 하이브리드 차량인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1400cc)는 23.2 km/l이고 클린디젤 차량인 폭스바겐의 제타(2000cc) TDI는 17.3 km/l으로, 2012년부터 국내에서 시행될 평균연비 17km/l 이상의 규제 기준을 이미 만족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체의 동향을 보아도 두 기술에 개발이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점한 이후 프리우스와 인사이트 등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고,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의 GM도 볼트라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반면 유럽의 폭스바겐과 다임러는 블루모션(bluemotion)과 블루텍(bluetec) 전략에 따라 클린디젤 차량의 개발이 활발하다.
이와 같이 두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높고 개발도 활발하지만, 발전 양상은 시장별로 조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경우 디젤 자동차 비율은 3%인데 비하여 유럽은 50% 이상으로 디젤 자동차의 지역별 편차가 큰 편이다. 이러한 시장 친숙도 차이로 인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미국과 일본에서, 클린디젤은 유럽에서 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 디젤 차량에 대한 판매가 증가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하이브리드 자동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자 인식 및 지원 시설 차이로 시장별 차이는 지속될 전망이다.
두 그린카는 기술적 측면에서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기술개발 동향을 살펴보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모터 구동을 늘리기 위해 배터리 기술의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니켈수소에서 리튬이온 배터리까지 에너지 밀도가 높고 수명이 길면서 안정성 있는 배터리의 개발이 활발하다. 클린디젤 자동차의 경우 엔진기술을 고도화하거나, 디젤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식물 기름에서 추출하는 바이오 디젤뿐만 아니라 석탄액화연료(CTL) 같은 친환경 대체연료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저속의 시내 주행 시에는 하이브리드차가 전기모터의 도움으로 효율이 높은 반면, 고속의 한적한 국도나 고속도로에서는 디젤차가 효율이 높은 특징이 있다.
이처럼 두 그린카의 우열을 가르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제도 및 고객의 인식과 같은 부가적인 요소가 기술 확산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도 두 그린카 개발에 앞장서면서 동시에 지원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하이브리드에만 적용되던 세금 면제를 클린디젤에도 확대 적용하고 있고, 일본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세금 감면을 실시한 것에 이어서 클린디젤 차량 보급 추진 전략을 실행 중이다.
자동차가 주 수출품목인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전기자동차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을 지속하면서도, 앞의 두 그린카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이브리드는 일본에, 클린디젤은 유럽에 뒤쳐져 있는 상황이지만 친환경 기술이 없이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하이브리드에 비해 클린디젤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LPG를 연료로 하는 LPI 하이브리드가 개발되고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정부의 세금 감면도 확대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클린디젤 차량은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고 유가우대 및 세제혜택 같은 구체적인 정부 지원책도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EU와의 FTA 타결로 유럽 시장에서 자동차 수출 확대를 노리는 지금, 유럽의 주요 그린카인 클린디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화석연료의 사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화석연료를 보다 효율적, 친환경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하이브리드와 클린디젤이 단기적으로 그린카의 대표주자로 활약할 전망이다. 아직 그린카 선진국에 비해 기술적으로 뒤쳐진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 특성과 환경을 고려하여 두 그린카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