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가 우수한 소형차의 국내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

민경덕 | 서울대 교수 

2009년 5월 19일 미국의 Obama 대통령은 기존의 CAFE 미연방연비규제(2020년까지 미국 내 판매차량의 평균연비가 35 miles per gallon을 달성해야 함)보다 강화되고 앞당겨진 연비규제안(2016년까지 미국 내 판매차량의 평균연비 35.5 mpg)을 발표하여 18억 배럴의 연료와 9억 톤의 온실가스를 저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러한 연비 목표는 업체 평균으로 현재 대비 약 40% 정도 연비를 향상시켜야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신차개발기간이 약 4 -5년 걸리는 것을 고려한다면 자동차업체가 느끼는 위기감은 매우 심각할거라고 생각된다. 유럽의 강화된 CO2 규제와 함께 지금까지는 비교적 연비규제가 느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던 미국도 이제 자동차 연비향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비로소 전 세계적인 연비경쟁의 시대가 열리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외국의 치열해지는 연비 경쟁 분위기가 국내에서는 여전히 낯설기만 한데, 최근의 경제침체와 고유가에 영향을 받아 드디어 연비가 우수한 경‧소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경차와 소형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30% 부근에 머물러 있었으나, '08년에는 경·소형차가 전체 승용차 시장의 36.3%를 차지하여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 또한 '08년 11월에 기아자동차의 모닝이 경차로서는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내수 판매 실적에서 1위를 차지하고, 그 여세를 몰아 '09년 1/4분기에도 아반테, 소나타 등을 제치고 내수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에는 일시적으로나마 경기침체의 영향과 유가의 급격한 상승이 작용했을 것도 분명하나, 앞으로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 달러 이하였던 1990년대의 호시절이 다시금 돌아오기를 기대하기는 무리일 것으로 본다면, 연비를 중요시하게 되고 있는 큰 흐름으로 파악하는 것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소형차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약 8% 성장하여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표1. '07~'08년도 국내 판매 승용차의 유형별 시장비율 동향 (지식경제부 통계)

구 분
(배기량, cc)

2007

2008

’07년 대비
판매 증감률 (%)

판매대수

점유율

판매대수

점유율

1000이하

82,162

8.2

134,296

13.5

63.5

1000초과~1600이하

221,233

22.0

226,222

22.8

2.3

1600초과~2000이하

434,517

43.2

391,607

39.4

-9.9

2000초과

266,885

26.6

241,097

24.3

-9.7

전 체

1,004,797

100.0

993,222

100.0

-1.2

국내 경차의 승용차 내수시장 점유율은 '07년의 8.2%에서 '08년에는 13.5%로, 무려 63.5%의 판매 증가를 나타내어 약 10%의 감소율을 보인 배기량 1,600 cc 초과 중대형차를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침체로 전년 대비 전체 내수판매량이 줄어든 가운데, 배기량 1,000~1,600 cc 의 소형 및 준중형차도 전년도 대비 소폭의 판매 증가를 기록하며 비교적 선전하였다. 이로 인해 연평균 국내 판매 승용차 연비는 '05년 이후 연간 0.7~2.6% 증가하던 것이 '08년에는 3.9%로 대폭 증가하는 실적을 보였다.

표2. 국내 판매 승용차의 연도별 평균연비 및 연비 개선율 (지식경제부 통계)

구 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평균연비 (km/l)

10.69

10.76

11.04

11.47

전년도 대비 연비 증가율 (%)

1.8

0.7

2.6

3.9

 

이렇게 국내 자동차 시장도 소형차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연비 개선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소형차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여 연비에 대한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킬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희망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닌데,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사가 국내에 시판하는 소형차 모델은 경차를 포함해도 6가지밖에 되지 않아(준중형차 제외)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사 입장에서는 그동안 국내 수요가 적었다는 이유를 들 수 있겠으나, 비교적 젊은 연령층의 소형차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기에 선택의 폭이 너무 좁은 것이 사실이고, 이 외의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 소형차 시장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형차 시장 활성화의 한 좋은 예로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승용차 내수시장이 440만대이고, 그 중 2,000 cc 초과 130만대, 660~2,000 cc 165만대, 660 cc 이하 145만대 등(이상 2007년도 통계) 경차를 포함한 소형차 시장의 크기가 우리나라 전체 내수시장보다도 크므로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는 하지만 40여 가지가 넘는 소형차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세계 최고의 소형차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08년 일본은 ‘올해의 차’로 토요타의 iQ를 선정하여 개성 있고 연비 좋은 소형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는데, iQ는 신규 변속기 개발, 조향장치 구조 변경 등으로 엔진룸을 최적화하고 평평한 연료탱크를 운전석 밑에 배치하는 등의 신기술 적용으로 3 m도 안 되는 차체에 4인 승차가 가능하고 연비는 23 km/l (유럽 기준으로 CO2 99 g/km)에 달한다. 또한 작은 차체임에도 뒷유리창 에어백 등 9개의 에어백을 장착하여 안전성 확보에도 노력하는 등 다수의 기술적 성과를 인정받아 미국자동차공학회(SA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에서 매년 선정하는 ‘2009년 올해의 최고 엔지니어링 차량’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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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도요타 iQ의 외관 및 적용된 신기술 투시도 (도요타, SAE 홈페이지)

이처럼, 매력적인 소형차 모델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일본 자동차업계는 소형차의 약점인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하여 소형차 플랫폼 당 100만대 체제 구축, 통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강력한 글로벌 부품공용화, 공장간 유연한 글로벌 생산 체계 등의 전략을 동원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일본업체의 소형차 시장 전략", 2008) 이러한 강력한 상대와 연비경쟁을 지속해야 하는 국내 자동차 산업 역시 적절한 규모의 소형차 시장과 수익성을 확보함으로써 국제 시장에서 일본업체와 맞설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국내 소형차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해야겠지만, 자동차업계에서 개성 있고, 연비가 좋으며, 성능이 뛰어난 모델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정부는 경차에만 제한적으로 주어지는 각종 혜택을 소형차까지 확대하여 연비가 우수한 차량을 널리 보급하는 등 정책적 의지 표현도 필수적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소비자 대중의 의식 변화와 자동차사의 소형차 상품성 개선, 그리고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힘을 합쳐 국내 소형차 시장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해야 할 순간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국내 자동차사가 앞선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춘 소형차를 개발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